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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의사항

아래로 시날 스포입니다...

루카스는 쓰레기 시헤남입니다

갖다 버려야합니다

백인남자의 비대 자아 지문이 많습니다... (제탓입니다...)

 

 

 
 
 
Call of Cthuluh 7th Edition
 
히스클리프
 
 
내일은 당신의 결혼식날입니다.
 
상대의 얼굴도 모르고, 이름과 그 상대 집안의 명성만 익히 들어 알 뿐인 정략 결혼...
 
보통 이 시대의 결혼은 그런 식으로 이루어지겠으나,
 
당신의 경우에는 조금 다릅니다.
 
얼마 전 우연히 지나치며 만난 그녀의 모습에 당신은 그만 한 눈에 반해버렸죠.
 
케이티 린튼, 그녀와의 결혼식이 바로 내일로 다가온 것입니다.
 
가문의 명성을 유지하면서도, 사랑을 찾을 수 있는 기회는 흔치 않으니 당신은 분명 행운아겠군요.
 
저택의 모든 이들은 결혼식을 준비하느라 바쁩니다.
 
당신을 위한 예복과, 저녁에는 결혼을 축하하는 파티까지 예정되어 있습니다.
 
휴식 시간은 거의 주어지지 않는, 참으로 피곤한 일정이지만...
 
아무렴 어떤가요. 그녀와 만날 수 있는데.
 
루카스 C. 펠럼:(케이티와의 결혼은 서로와의 유대를 약속하는 두 가문의 중대사이자 제 인생을 바꿀 중요한 사건이다. 결혼식은 완벽하게 이루어져야 하고, 반드시 그렇게 될 것이다.)
 
모두 이 결혼과 축하연을 기뻐하고 있습니다.
 
...아니, 모두는 아닌가.
 
문간에서부터 당신을 응시하는 시선이 느껴집니다.
 
정략 결혼이라는 소식을 접할 때부터 늘 어두운 낯이던 로저입니다.
 
봐요, 지금조차. 아주 조금도 기쁘지 않은 얼굴로 당신을 바라보고 있잖아요.
 
루카스 C. 펠럼:(참석자들의 이름과 출신은 완전히 꿰고 있다. 빈틈이 없도록 사용인들에게도 권고해 두어야겠지)
(헛기침) 크흠, 로저?
 
로저:...왜 불러.
 
루카스 C. 펠럼:(자연스레 입술에 부드럽고 자상한 미소가 걸친다. 절친을 대할 적의 자신처럼) 정말이지 멋진 날이야, 그렇지 않아?
 
로저:...글쎄. 잘 모르겠군... 너한테는 멋진 날일 수도 있겠다만.
 
루카스 C. 펠럼:(커튼 사이로 드리우는 햇볕을 등지고서 자리에 서 있다.) 그래. 내일이면 전부 변할 테니까. 나는 내가 이루게 될 꿈에 한 걸음 더 가까워지겠지.
아버지는 기뻐하실 거고, 우리 가족들과 린튼 가문의 사람들이 한식구로 지내게 될 테고.
바빠지더라도 사용인들에게는 한동안 휴가를 쓰게 해 줄 거야. 아, 너는 말할 것도 없고. 원한다면... 알지? (윙크)
친구야.
왜 다 죽어가는 얼굴을 하고 있어? 웃어. (빙긋 웃으며 상대의 어깨에 손을 걸친다.)
 
로저:(누가 봐도 억지 웃음이라는 게 느껴지는 미소를 짓고 눈 앞의 친구를 마주본다. 거기서 느껴지는 건 지독한 체념... 혹은 다른 무언가였을까?) ...휴가 받아도 할 게 없다는 거 알면서도 참.
...너는... 이런 정략 결혼이라도... 상관없는 건가? 인생의 중대사를 결정하는 문제잖아.
결혼을 앞두고도 한결같은 게... 참. 너답다고 해야 할지.
 
루카스 C. 펠럼:왜, 너는 저택 안에서 대부분 시간을 보내니까 가끔은 바깥 공기를 쐬면서 기분 전환을 해도 괜찮겠지. 밤중에도 반짝이는 번화가의 거리를 걷고 있으면 설레이는 기분마저도 든다고. (상대의 의중은 고작 나들이 따위에 있는 게 아니다. 그걸 알면서도 제법 경쾌하게 운을 뗀다.)
(웃음) 날 봤잖아. 행복해하는 나를. 너도 알겠지만 그간의 내 인생에는... (시선을 옆으로 하며 짧게 한숨) 불꽃이 별로 없었어.
이건 운명이었던 거야...... 가문이 짝지어준 연이라는 건 내게 아무런 문제도 못 돼.
난 케이티를 사랑하니까... (중얼거린다. 지극히 진솔한 독백이다)
걱정할 필요 없어. 때가 되면 네 짝도 찾아줄게. 약속해. (눈빛이 반짝거린다. 아무런 근심도, 불안도 없이 그저 경사스러울 내일을 생각하는 눈이다.)
 
로저:(사랑, 그놈의 사랑. ...한숨을 내쉬며 그가 하는 대부분의 말을 흘려들으며, 파티에서 입을 겉옷을 가져와 걸쳐주었다.) 네가 운명 따위의 낭만적은 말을 하는 걸 듣게 될 줄은 정말 몰랐는데.
나는... 모르겠군. 결혼 따위엔 관심 없어서. 사랑 같은 말을 입에 담을 정도로... 그렇게 그 여자가 좋아? (이어지는 한숨. 섬유용 향수를 뿌려주는 손의 움직임도,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한 태도로.)
 
루카스 C. 펠럼:(자연스레 치장하는 손길을 받는다. 셔츠 칼라를 다시 세우고, 넥타이를 고정하고... 오늘 자신은 만인이 보는 앞에서 펠럼 가문의 대표자로 세워질 몸이다.) 나도 몰랐어. 진심으로. 후후...
그래. 차고 넘칠 정도로. (이어지는 물음에는 간결하게 대답한다.)
... 이제 시간이 됐나? (슬슬 시계를 한번 확인한다.)
 
마침 시간에 딱 맞춰서 준비가 끝났습니다.
 
이제 슬슬 나가 봐야겠죠.
 
루카스 C. 펠럼:로저, 다 잘 될 거야. 그렇게 생각하지?
 
로저:...그렇길 바래.
 
루카스 C. 펠럼:(기합이라도 되듯 웃는다.) 하! 그럼 신랑 일 좀 해볼까. (거동은 침착하지만, 들뜬 걸 억누르는 음성인 게 역력하다.) 가지.
 
로저:그래. (그림자처럼 조용히, 그의 뒤를 따랐다.)
 
방을 나서, 익숙한 계단을 밟습니다.
 
저택의 홀과 거대한 앞 정원에는 사람들이 벌써 모여 웃으며 당신의 결혼을 축하합니다.
 
당신의 곁을 당연하게 지키고 선 로저가 유지하는 침묵만이 이 상황에서 유일하게 안기는 고요입니다.
 
주위는 어딜 보아도 왁자하기만 합니다.
 
루카스 C. 펠럼:하하, 귀한 자리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뇨, 린튼 경. 제가 더 영광이지 않겠습니까... (엄청바쁨)
(그러다가 로저에게 '셔츠 단추 잠가! 단정하게!' 라고 입모양으로 말하고 있음)
 
로저:...... (셔츠 단추 잠금......)
 
루카스 C. 펠럼:착하지.
(다시 신랑모드) 예. 내일도 뵈었으면 하군요.
 
그렇게 인사를 나누고 있는 와중...
 
루카스 C. 펠럼:(케이티는 어디에 있으려나?)
 
한 여인이 당신이 있는 쪽으로 다가옵니다.
 
케이티 린튼:여기 있었군요, 루카스.
한참 찾았잖아요.
 
눈동자가 흐리고, 낯빛이 창백한 린튼 가 사람들 사이에서 그녀는 독보적으로 환한 얼굴을 하고 있습니다.
 
루카스 C. 펠럼:(익숙하게, 만면에 미소가 번진다. 소년 시절의 자신은 없어지고 난 지가 오래다만, 그녀 앞에서의 자신은 황홀경에 빠진 영락없는 어린애에 불과하다는 느낌을 받고는 한다.)
(그게 사랑의 고동이라는 걸 테지.) 미안해요. 케이티. 입구에서 한바탕 발목을 잡혔거든요. (농담)
오늘은......
(잠시 표현할 말을 찾는 듯 신중하다가) 이런, 태양으로도, 달...로도 당신을 표현할 길이 없군요. (장난스레 이마 짚기)
 
케이티 린튼:아하하. 당신도? 나도 그랬어요. 어쩔 수 없는걸요, 우린 이 파티의 주인공들이니까. (천연덕스럽게 웃으며 그에게 손을 내밀었다.)
한 곡 추실까요? 우리가 먼저 이 파티장을 밝혀줘야지, 여기 참여한 다른 커플들도 무안하지 않게 춤을 출 수 있을 테니까요.
 
루카스 C. 펠럼:당연하죠. 이 밤이 지나면 오늘보다 훨씬 근사하고 행복한 날이 올 거예요. (파티장의 시선이 한곳에 모이는 것을 느낀다. 그렇게 상대에게 속삭이고는 한 발 떨어져서 절도 있게 한 손을 건넨다.) 부디.
이렇게 아름다운 아가씨와 함께 춤 출 기회를 날려보낼 수는 없죠. 안 그래요?
 
케이티 린튼:그럼, 그래야지요. 나도 귀여운 도련님과 춤 출 날을 고대하고 있었답니다. (그의 손에 가볍게 제 손을 얹은 채 물 흐르듯 홀의 중앙으로 그를 이끌었다.)
 
루카스 C. 펠럼:(상대의 허리에 손을 얹고, 악단의 연주에 맞춰 미끄러지듯 움직인다.)
 
모든 이들의 주목 속에서 배우자 될 사람과 춤을 춥니다.
 
부드러운 몸짓은 그녀가 오랫동안 교양을 배워온 사람임을 증명합니다.
 
사람들의 웃음과 박수 소리, 모두가 이 순간을 기뻐하고 자랑스러워 하고 있습니다...
 
여전히, 한 사람만 제외하고.
 
루카스 C. 펠럼:(시선이 한순간 그에게로 향한다.)
 
케이티 린튼의 어깨 너머 정원으로 통하는 입구에서 고요하게 당신을 응시하는 로저의 얼굴은...
 
무슨 표정인가요? 알 수 없으나 적어도 입매가 굳은 상태임은 확실합니다.
 
이 순간을 바란 적이 단 한 번도 없음을 극렬히 드러냅니다.
 
루카스 C. 펠럼:(무엇을 위해서? 나를 위해, 아니면 자신을 위해?)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과 케이티 린튼을 빤히 응시하고 있습니다. 마치 감시라도 하듯이.
 
찰나입니다. 귓가에 내려앉는 속삭임.
 
케이티 린튼:당신의 친구가 굉장히 당신을 아끼나봐요.
하지만 관리는 좀 해두셔야겠어요, 저게 사심이 섞인 거라면... 우리 쪽은 썩 달갑지 못하니까요.
 
루카스 C. 펠럼:... (다시 시선은 눈앞의 정혼자에게로 향한다.) 수줍음이 많은 친구라서요. 파티는 익숙치 않아 합니다.
하하, 짓궂은 농담이군요. (가볍게 웃어넘겼다.) 로저에 대한 것은 제가 보증할 수 있습니다. 그간의 인연이 깊었죠.
 
케이티 린튼:아무리 깊은 인연이었더라도... 알잖아요? 그들과 우리는 다르다는 걸요.
이제는 조금 거리를 두는 게 어떨까요. 곧 결혼할 예정이기도 하니까 말이에요.
 
그렇게 드러내는 웃음은 어딘가 석연찮은 구석이 있습니다.
 
루카스 C. 펠럼:당신이 바란다면 내가 못 할 일은 없어요. 케이티. (미소로 일관한다. 당신이 바란다면.) ... 만일 우리의 관계에 선을 넘는 자가 있다면, 그 자리에서는 반드시 내가 먼저 행동할 겁니다.
(결혼식을 마치고 나면, 어차피 이전처럼 로저와 같은 지붕 아래서 사는 건 불가능하게 된다. 자신은 그 사실을 알고 있다.)
(로저는 펠럼 저택의 사용인으로서 영원히 멈춰 있는 자. 그리고 나는 나아가야 할 자...)
신경 쓸 일 없도록 내가 유념할게요. 케이티. (두 사람 분의 발걸음이 홀 중앙을 향한다.)
 
케이티 린튼:믿고 있을게요. (생긋 웃어보였다.)
 
그렇게 한 곡의 춤이 끝나자, 케이티는 가족들이 부른다면서 린튼 가의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돌아가 버립니다.
 
문득 로저가 서 있던 정원 쪽을 돌아보면, 그는 이미 사라지고 없습니다.
 
하지만 당신은 알고 있어요. 정원 너머, 담장 틈새로 나가면 저택에서 오직 그와 당신만이 사용하던 비밀 공간이 나옵니다.
 
어쩌면 그는 그곳에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군요.
 
루카스 C. 펠럼:(케이티를 돌려보냈다. 분명 기우도 근심도 없어야 할 날, 왜인지 송곳을 발치에 품은 기분에 사로잡히기 시작한다.)
(지나가던 사용인에게 이른다.) ...... 찾는 사람이 있다면 내가 셔츠에 와인을 쏟았다고 해. (그 길로 바로 비밀 공간으로 향한다)
 
정원에 나오기 무섭게 고요가 찾아옵니다.
 
이제는 조금씩 희미해지고 있는 어린 시절, 로저와 저택 안을 돌아다니다가 우연히 발견한 작은 절벽.
 
이 계절이면 히스꽃이 만발하곤 하던, 그곳으로 향하면...
 
저택을 등진 채 꽃밭 사이에 멍하니 앉아 있는 로저가 보입니다.
 
정원 주변으로 심어진 방풍림, 그 사이의 꽃밭, 너머로 보이는 호숫가.
 
그 모든 것을 내리비추는 달빛.
 
마치 시간이 멈추기라도 한 듯, 가만히 앉아 있던 로저가 문득 고개를 돌려 당신을 바라봅니다.
 
루카스 C. 펠럼:... 역시 여기에 있었나. (코트를 벗어 대강 팔에 걸쳤다. 밤 바람은 서늘하다)
 
로저:...왔네. 안 올줄 알았는데.
 
루카스 C. 펠럼:(새삼스럽다는 듯이 웃는 낯으로 하늘을 올려다보면서) 누가 그러던데? 펠럼 저택의, 수상하게 생긴 새카만 사용인이 근태 중이라고.
와인 나르는 역이 없다던데... (슥... 품속에서 와인 한 병을 꺼냄) 싫으면 말고?
 
로저:(힘없이 웃으며 옆에 앉으라는 듯 자리를 내어준다.) 근태 중인 건 맞지. 애초에... 저런 자리에 배경으로라도 껴있기엔 내 꼴도 별로라서. 그 정도 판단할 머리는 나한테도 있다고.
뭐... 그렇다고 해도 공짜 와인을 거절할 정도는 아니야.
 
루카스 C. 펠럼:잘 됐네. (옆자리에 걸터앉는다.)
(병뚜껑을 딱 소리 나게 따면서) 자.... 대체 뭐가 걱정이야? 사용인들 사이에 흐르는 소문 때문인가?
말해봐.
 
로저:...그냥. 네가 결혼하는게 싫다고 하면? (나지막히 한숨을 내쉬며 대답하지만, 돌아보지는 않고 호수에 시선을 고정한 채였다.)
 
루카스 C. 펠럼:거짓말. 네가 그럴 리 없어. (넥타이를 잠시 느슨하게 한다.)
나에게 행복한 일을 왜 네가 마다한다는 거지? (병을 건넨다.)
 
로저:(병을 받아들어서 한 모금 마시고는 잠시 말이 없었다가.) ... 네가 결혼하면... 너는 이 저택을 떠나게 될 거 아냐.
그러면 나도 더 이상 이 저택에 머무를 이유가 없어지겠지... ...슬프지 않아? 우리의 인연이 그런 식으로 끊어지게 될 거라는 게.
 
루카스 C. 펠럼:...... 네 말대로 떠나겠지만, 사라지는 건 아니야. 앞으로도 계속 얼굴 볼 일은 생길 거고.
여긴 네 집이기도 하고, 네가 머무를 곳이야. 로저. 너는 선택할 기회를 얻는 거지.
내가 케이티와 처음 만났을 때 그랬듯이...... 너도 언제까지나 이곳에 매여 살 수만은 없잖아.
 
로저:...어쩌면 너는 이 저택에서 지냈던 시간을 한때의 좋은 추억으로 간직한 채 떠날 수 있겠지만... 나는 아니야.
선택할 기회가 온다고 해도, 선택하는 건 결국 특권 있는 자들이지... 너도 머리로는 이해하고 있잖아.
나는, 적어도... 그런 식으로 내려오는 선택지 따윈 고르지 않겠어. 루크, 나는... 운명 따위 단 한 순간도 믿어본 적이 없어.
...그러니까,
결혼하지 마.
결혼하지 마, 제발...
 
루카스 C. 펠럼:...... (자신이 아니었더라면 그는 이 저택에 받아들여졌을 일도, 그 불타는 집에서 구해졌을 일도 없었을 것이다. 그가 지적하는 대로 선택을 내리는 것은 항상 우위를 점한 이들의 몫이었다)
(무슨 일이 일어나든 너를 남기고 가지는 않겠다. 한때 그렇게 약속했었다. 아득한 유년기의 기억이라지만 너와 나는 확실하게 그 내역을 기억하고 있다.)
네가 발버둥쳐왔다는 건 알아. 로저. (그러나 이제는 그 약속이 우리 둘을 지키긴커녕, 발목을 잡기 시작한다.)
이제서야 때가 온 거지. (짧은 갈등 끝에 입을 연다.) 너는 자유로워져야 해. 나에게서.
나는 결코 스스로 내린 결정은 물리지 않아. (수풀을 밟고 자리에서 일어난다.)
 
로저:네 성격을 내가 모를까. 그래, 너는... 네 결정을 물린 적이 없었지. 단 한순간도.
나는... 네 결정을 존중한다. 하지만, 이제 더 이상 가만히 네 뒤를 따라가지는 않겠어.
네가 말하는 자유가 뭔지, 이해할만큼 난 그다지 머리가 좋지 않으니까... 나도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할거야.
그리고 그게... 내 방식대로 찾는 자유가 되겠지.
 
루카스 C. 펠럼:(내가 가고자 하는 길은 달리 있다. 로저를 구한 건 시작이었지만, 끝이 될 수는 없었다. 설령 제 친우에게 인색하고 박정하게 굴게 될지라도, 그래서 그게 그의 삶을 바꿔놓더라도 자신은 주저하지 않는다.) 내가 행복한 만큼,
너도 행복해졌으면 좋겠다. 로저.
이 집에서는 기회가 주어질 테니 원하는 대로 해봐.
(저택의 회랑, 불 밝혀진 방향으로 고개를 돌린다. 파티가 계속되고 있다.) 가봐야 해.
 
로저:네가 내 행복을 바라는 만큼... 나도 네 행복을 바라고 있다는 것만 알아줘.
(탄식과도 같은 긴 한숨이 끝나고, 다시 호수에 시선을 고정한 채로 말을 이었다.)
...그래. 오래 자리를 비울 순 없을 테니까. 시간 내줘서 고맙다.
 
루카스 C. 펠럼:혼자서 오래 있지는 마. 네가 그럼 갑자기 사라져버릴 것 같거든. (언제나와 같은 부드러운 미소로 화답했다.) ... 알아. 나야말로.
취해서 호수에 빠지는 것도 금지야. (한번 염려하듯 손짓하고는, 다시 파티장으로 향한다.)
 
돌아오는 대답은 없습니다. 하지만, 말이 닿지 않아도 전해지지 않는 게 있죠.
 
파티장으로 돌아가면, 시간이 늦어서인지 슬슬 파하는 분위기입니다.
 
당신의 아버지와, 케이티 린튼의 아버지가 서로 무엇인가 이야기를 나누다가, 손님들을 돌려보내는 모습이 보입니다.
 
루카스 C. 펠럼:(속으로 한숨을 삼킨다.)
 
그렇게 파티가 끝나고, 의례적인 축하의 말들을 받아 넘기다 보면.
 
루카스 C. 펠럼:(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나?)
 
:가능합니다. 초대된 손님들이 돌아가며, 무엇인가를 얘기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옵니다.
듣기 판정 해주세요.
 
루카스 C. 펠럼:파티는 즐거우셨습니까? (슬슬 자리를 정리하는 분위기니, 눈이 가는 참석자들에게 하나 둘 인사를 남기며 이야기들을 들어보도록 한다.)
듣기
기준치: 40/20/8
굴림: 50
판정결과: 실패
(ㄱ-)
 
:참석자들은 린튼 가문의 광명과, 그 빛을 함께 받게 된 펠럼 가문에 축복을 보내며 결혼식에도 꼭 참석하겠다는 말들을 합니다.
왕실과도 이어진, 영광스러운 가문 린튼!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합니다. 빛의 뒤에는 언제나 그림자가 따른다는 사실을.
당신과 인사하고 지나쳐 가는 사람들의 대화에서, 그에 대한 실마리를 조금은 잡을 수 있었습니다.
 
...린튼 가에서 ... ...다며? " "
 
결혼식 날짜가 발표된 이후에 계속 그렇다더라고. 무슨 마가 껴서, 이 경사스러울 때에...
 
루카스 C. 펠럼:예. 이 기쁨을 같이 나눌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이야기를 나누며 귀를 기울였다. 청각은 다른 곳으로 집중해 있다.) ...
우려하시는 일은 잘 마무리될 겁니다. 린튼 경은 의지가 있는 분이고, 저와 케이티는 강인한 사람들이니까요.
(놀라울 만큼 침착하다. 펠럼의 경쟁자라면 목록을 읊을 수 있을 만큼 숙지하고 있다. 그러나 그들 모두 상대할 만한 가치가 없는 집단일 뿐. 자신은 헛소문 따위에 흔들리지 않는다.)
 
:수근대던 사람들은, 당신의 목소리에 흠칫하며 멀어집니다. 그래요, 저런 자들의 말을 신경쓸 필요는 없을지도 모릅니다.
 
루카스 C. 펠럼:(가시는 길일 테니... 린튼 경의 상태를 살펴볼 수 있을까?)
(안색이 창백했던 것 같은데, 괜한 기분 탓인가)
 
:린튼 가의 가주, 조나단 린튼의 낯은 여전히 창백합니다. 조나단뿐만이 아니라, 그의 아내인 레베카 린튼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이 가문의 특성인 걸까요? 당신은 문득 떠올립니다.
이 나라에서 가장 명예로운 가문 중 하나인 린튼이지만, 가문에 관한 뜬소문 역시 여러 가지입니다.
가문에 미친 자들이 그렇게나 많았다더라, 그래서 가문 구성원조차 공개하지 않는다더라.
여러 모로 비밀이 많은 가문인 것 같습니다.
 
루카스 C. 펠럼:(분명 모순점이 존재하지만, 결혼식 날이 지나가면 자연히 알게 될 사실이리라 생각했었다. 제게는 항상 케이트와의 시간이 중요했으니까... 소문에 대해 떠올려 본다. 로저가 언급한 적이 있었던가)
이걸로 린튼은 완전히 새출발인가......
 
:로저가 그에 대해 말한 적은 한 번도 없었습니다. 당연합니다. 귀족들의 일에 어떻게 일개 하인이 함부로 말을 얹을까요?
 
루카스 C. 펠럼:(케이티는 돌아갔나?)
 
:그녀는 조나단 린튼의 곁에서, 자신의 아버지와 대화를 나누고 있습니다.
문득, 당신과 눈이 마주치자 살짝 눈인사를 해오네요.
 
루카스 C. 펠럼:(저 역시 자상하고 듬직하게 웃어보이며 다가간다. 장인어른께 잘 보이려는 타입...) 린튼 경, 케이티.
(무언가 대화를 하고 있다면 들어볼것이다.)
 
케이티 린튼:(내일의 결혼식이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 따위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가, 루카스가 접근하자 웃으며 맞이한다.) 아직도 남아 있었네요, 루카스. 아버지, 저 잠시 얘기 좀 하고 올게요.
 
루카스 C. 펠럼:(저녁 인사를 건네고서는) 괜찮으시다면, 잠시 실례하겠습니다. (파티장에서 조금 떨어진 회랑으로 케이티와 함께 이동했다.)
이런 이야기...... 이른 감이 없지 않아 있지만, (멋쩍게 미소짓고는) 린튼 경께서는 여전히 정정하시겠죠? 사위로서 조금...
마음이 안 쓰일래야 그럴 수가 없어서 말입니다. 뭐든 해드릴 수 있는 게 있다면 그렇게 할 텐데. (눈 질끈)
 
케이티 린튼:아... 아~ 하하. 저희 가문 사람들이 조금 창백하긴 하죠? 가문 내력이 원래 그래요, 벌써부터 너무 걱정하실 필요는 없어요. (위로하듯 그의 어깨를 톡톡 쳐 주었다.)
아까부터 느낀 거지만... 역시 상냥하시네요, 당신은. 그래서 주변에 좋은 친구들도 많은 거겠죠.
 
루카스 C. 펠럼:... 제게 말해줄 수는 없는 겁니까? 당신이 무거운 짐을 안고 있다면, 나누고 싶어요. (가감 없는 염려가 고스란히 표정에 담긴다.)
(반쯤은 쓴웃음이다.) 덕분에 예기치 못한 일이 일어날 때도 있지만, 그래요. 좋은 친구들이죠. 어째서인지 제게는 항상 행운이 따라주더군요.
당신도 그래요. 나에게 주어진 가장 큰 행운. (문득, 상대의 혈색을 살핀다. 아버지와 닮았나?)
 
화장으로 가려져 있지만, 그녀 역시 그녀의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다소 창백한 편인 듯 합니다.
 
케이티 린튼:걱정 말아요, 제가 가진 무거운 짐 같은 건 없으니. 아버지에게도, 지병 같은 건 없으시니까. 참, 다들 괜한 걱정을 한다니까. 그냥 유전일 뿐이라구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웃고는.)
나를 행운이라고 불러주는 남자와 결혼하게 될 줄은 몰랐는데 말이에요~ 비록 시작은 정략결혼이라고는 하지만... 우리, 꽤 잘 지낼 것 같아서 마음이 놓이네요.
 
루카스 C. 펠럼:하하. (이런, 실언해버릴 것 같다... 가슴이 뛰기 시작한다...)
침착한 편이라고 자부해왔지만... 저로서도 긴장되는 건 별 수 없더랍니다. (어깨를 으쓱이고는) 친한 친구가 그러더군요. 자신은 단 한 번도 운명이란 것을 믿어본 적이 없다고. 정해진 대로 따라가야 하는 길은 덧없을 뿐이라고 말입니다.
그 말을 듣고 놀랐습니다, 솔직히......
저는 운명을 두려워해본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반기는 쪽이었죠. (경각에 복잡한 감정이 스치곤 사라진다.) 꼭 운명과 선택을 구분할 필요는 없겠죠. 더군다나 그게 고통을 준다면, 더더욱. 당신도 같은 마음이기를 바랍니다. (나직하게 웃어보인다.)
이런... 제가 너무 시간을 뺏어왔군요. (기다리시게 할 수는 없지!) 오늘 밤은 편히 쉬어요. 케이티.
 
케이티 린튼:운명과 선택, ...흐음~ 그거야말로 정말 이 시대의 귀족답지 않은 발언이지만... 이상하네요, 싫지 않아요.
저는... 모든 인과는 정해져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우리가 선택하는 것도, 실은 선택하는 게 아닐지도? 그렇잖아요. 후훗. 그렇다고 해도~ 개척자가 되려는 남자는 역시 매력적이네요.
그럼 이만, 들어가 볼게요. 당신도 쉬도록 해요, 루카스.
 
루카스 C. 펠럼:자주 듣습니다. 그런 이야기.
선택은 없다... 그런가, 흥미로운 의견이네요. 당신에게 잘 보이는 건 언제나 기분 좋은 경험이에요. (고개를 끄덕인다.) 해가 뜨면 다시 만납시다.
(케이티와 린튼 경을 배웅하고 자신도 이만 휴식을 취하기로 한다.)
 
마지막으로 가벼운 인사가 오가고, 린튼 가문의 사람들은 자신들의 저택으로 돌아갑니다.
 
마침내 찾아온 혼자만의 밤은 꽤나 길었던 것 같습니다.
 
달의 운행이 희미한 궤적만을 남기고, 다시 태양에게 잡아먹혔을 때.
 
결국 도래한 아침입니다.
 
일찍부터 모든 사람들이 분주합니다.
 
당신을 향유로 씻기고 몸단장을 해주는 사용인들 사이,
 
이상하게도 로저의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코빼기조차.
 
가족들은 연달아 당신의 방을 방문해 결혼을 축하한다 말하고, 인사를 합니다.
 
그렇게 모든 준비가 끝나고, 식장으로 가는 길목은 그리 멀지 않았습니다.
 
다만 마음에 걸리는 게 있다면, 여전히 로저는 어디에도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도대체 어디로 간 걸까요?
 
전날 밤 그런 말을 했대도 인사는 해야할 거 아니에요?
 
루카스 C. 펠럼:... (그렇게 사라지겠다는 건가, 로저?)
 
의문점을 품은 채 도착한 식장은...
 
그러니까, 린튼 가의 대저택은.
 
어쩐지 어수선합니다. 묘하게 풍기는 기묘한 서늘함,
 
어디선가 나는 미미한 시큼한 냄새.
 
이상할 정도로 차가운 분위기입니다.
 
결혼식을 할 곳인데 이렇게, 장례식 같을 일일까요.
 
루카스 C. 펠럼:(사용인들에게 로저의 행방을 물으려던 그쯤, 인파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을 깨닫는다)
 
인파를 헤치고, 소란스러운 장소로 다가가면.
 
루카스 C. 펠럼:무슨 일입니까?
 
레베카 린튼이 무릎을 꿇고 울고 있는 것이 보입니다.
 
조나단 린튼 또한 넋이 나간 기색입니다.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기도 전 당신의 눈에 들어오는 것은,
 
케이티 린튼의 시체입니다.
 
루카스 C. 펠럼:......! (참극을 목도하고, 삽시간에 좌중은 아수라장이 된다. 반사적으로 두 발이 굳었다.)
...... 케이티, 어떻게...... (홀린 사람마냥 시신에게로 다가간다. 그 앞에 꿇어앉아 손을 잡는다. 체온은...)
 
:핏자국으로 온통 붉어진 카펫 위, 열려있는 창 사이로 쏟아지는 햇살이 그녀의 처참한 시체를 적나라하게 비춥니다. 근처에 있는 장식장의 유리가 눈가를 어지럽히는 가운데, 그녀의 손을 잡아 보면...
싸늘한 시체의 손에 어떤 쪽지 한 장이 쥐여져 있다는 것을 발견합니다.
 
루카스 C. 펠럼:(호흡은? 들썩이는 움직임이나, 중얼거리는 말 하나 없나? 잇새로 침음하는 소리가 흘러나온다. 이질적이게도 자신의 감각은 온 힘을 다해 그녀의 죽음을 선고하고 있다. 이것이 진실인가?) 케이티, 케이티? 정신 차려요. 케이티, ...... 케이티......
(금치 못할 경악과 격분 사이로 고개를 떨어트린다. 바로 이순간 자신의 영혼은 둘로 쪼개진 것이다. 쪽지를 꺼낸다.)
 
찢어진 쪽지를 꺼내보면...
 
거미 그림이 그려져 있는 것을 마주합니다.
 
이건 도대체 뭘까요?
 
루카스 C. 펠럼:(순간 눈앞의 시야와 겹쳐지는 것은 과거의 불타는 플래시백이다. 폐부와 살갗를 잡아 찢는 듯한 고열의 공기와, 달궈진 문고리, 미친 듯한 괴성... 자신은 인간의 죽음을 처음으로 목격하는 것이 아니다.)
(나는 죽음의 향기가 휩쓸고 가는 현장에 대해 알고 있다. 그렇게 사고하자 전신의 떨림이 멈추고, 찬물에 맞은 듯 이성이 되돌아온다.)
(이성? 아니...)
(이것은 들끓는 전조다. 시신의 눈꺼풀을 직접 감겨주고, 천천히 고개를 든다.) ....... 린튼 경, 린튼 부인.
(살인이다! 어렵지 않게 자신은 통찰해낸다.) 출입문을... 닫으라 명령하십시오.
 
:넋이 나간 둘은 대답이 없습니다. 대신, 뒤늦게 사건 현장에 도착한 경찰이 당신에게 말을 걸어옵니다.
 
경찰:...이미 늦었습니다, 펠럼 영식. 살인자는 도주했어요. 그래서... 질문드릴 것이 있습니다만.
혹시 로저라는 자를 아십니까?
그 집의 고용인이라 들었는데요. 어린 시절부터 알고 지낸 사이라고 사용인들이 말하더군요.
그런데 오늘 하루종일 보이지 않았다면서요? 결혼식을 대놓고 못마땅하게 여겼고.
정원사가 1층 응접실을 빠져나가는 인영에 대한 인상착의를 묻고 다니니, 모두 로저라는 자와 비슷하다고 증언하기에 말입니다.
혹 오늘, 로저라는 자가 이 시각에 어디에 있었는지 아십니까?
 
루카스 C. 펠럼:(감정이 제거된 듯 싸늘하게 가라앉은 금안이 경관을 향한다. 거칠게 꿇어앉은 양 무릎이 핏물로 젖어들어간다.)
...... 알지... 못합니다. 오늘 하루동안 마주친 적조차 없습니다.
(이마에 손을 얹고는) 저 역시 그를 찾았죠......
(나도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할거야. 그리고 그게... 내 방식대로 찾는 자유가 되겠지. 우연의 일치처럼 순간 뇌리에 지나가는 문장이 있었다.) 그가 용의자입니까?
 
경찰:용의자 중 하나입니다만... 뭔가 짚이는 점이라도 있으십니까?
 
루카스 C. 펠럼:모르겠습니다. 혼란스럽군요...... (할퀴듯 손끝으로 제 얼굴을 쓸어낸다.)
(피로 물든 카펫으로 눈길을 돌린다.) 떠오르는 게 있다면 협조하겠습니다.
 
경찰:알겠습니다. 그럼...
 
루카스 C. 펠럼:(카펫을 손끝으로 만져본다. 여전히 피가 묻어나오나?)
 
여전히 피가 묻어나옵니다. 그 손끝에 걸리는 금속의 감촉이 느껴집니다. 이건...
 
루카스 C. 펠럼:(날붙이인가?)
 
탄피입니다. 매그넘 계열, 리볼버에 사용되는 것 같습니다.
 
루카스 C. 펠럼:... 총. (갸륵한 일이다. 이리도 황홀한 빛이 싸늘하게 식은 시신 하나만을 비추고 있다니,)
(혈흔이 묻은 손을 꽉 쥐고는 자리에서 일어난다. 햇볕이 들어오는 창으로 머리를 향한다.)
 
이런 상황에 하나도 걸맞지 않게, 황홀한 햇빛은 따사롭기 그지없습니다.
 
원래는 깨끗했을 창틀에 흙먼지가 묻어 있는 것이 보이고,
 
그 밑으로는 덩치 큰 성인 남성이 남겼을 법한 발자국이 남아있네요.
 
루카스 C. 펠럼:(마치 알아달라는 듯 노골적으로 남겨진 단서들이다. 녀석은 급했다. 조급하다못해 죽어버릴 듯이 절박했던 거다. 자신이 걸음을 옮기는 모습에서는 신사의 그것과 광인의 발걸음이 동시에 나타난다.)
(손에 쥔 쪽지가 아무렇게나 구겨진다. 장식장으로 다가간다.)
 
한쪽 문이 미미하게 열린 채로 방치되듯 놓인 장식장입니다.
 
열린 틈 바로 앞에 존재하는 것은, 린튼 가의 가족 사진들이 모인 액자.
 
유독 큰 액자 안의 사진은, 빠져 있는 채입니다. 누군가 억지로 빼간 듯 해요.
 
루카스 C. 펠럼:(큰 액자를 살펴본다. 원래 있던 사진을 추정해볼 수 있을까?)
 
:지능 판정.
 
루카스 C. 펠럼:
지능
기준치: 70/35/14
굴림: 31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이곳이 가족 사진들이 모인 곳이라면, 당연히 저 액자에 들어가 있는 것도 가족 사진이었을 겁니다.
 
저렇게 액자가 큰 것을 보면... 아마, 여러 사람이 모여서 찍은 사진이었던 게 아닐까요?
 
린튼 가의 먼 친척들까지 모여서 말이에요.
 
루카스 C. 펠럼:(거미 그림과 닮은 그림이나 사진은?)
 
그런 것은 보이지 않습니다.
 
루카스 C. 펠럼:...... (정원사를 찾아볼 수 있을까?)
(경관의 말대로라면 그가 범인의 목격자인 건 확실할 것이다)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보아, 정원사를 찾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만...
 
이 공간에 있는 사람들은 어쩐지, 당신이 돌아가 주길 바라는 눈치입니다.
 
그것은 성가시거나 거슬려서가 아닌...
 
그래요, 한 순간에 정혼자를 잃은 젊은 청년에 대한 동정 때문입니다.
 
루카스 C. 펠럼:(순간 긴장이 풀린듯 탈력감에 사로잡힌다. 머리가 깨질 듯 아파온다. 그저 다음 발걸음을 내딛으면 닿을 것만 같던 세상이 박살나고, 모든 것은 의미심장한 원점으로 돌아온다.) ...로저, ...... 로저. 너는... (끓어오르는 감정을 애써 가라앉히고, 자리에서 나간다. 누군가 막거나 부축한다고 해도 마다한다.)
 
행복하고 아름다워야 할 날이 바닥으로 추락함에 모든 이들이 슬퍼합니다.
 
귀가하는 마차가 준비되는 가운데, 린튼 부부가 망연히 앉아있다 당신을 응시하는 게 느껴집니다.
 
기이할 정도로, 아무런 말도 없이 당신을 바라보는 그들의 입이 열리는 일은 결코 없었습니다.
 
아마, 당신이 말을 건다고 해도... 그 입이 열릴 일은 없으리라고, 그런 생각이 드는군요.
 
 
루카스 C. 펠럼:(제 안에는 오로지 출처를 알 수 없는 짙은 어둠뿐이었다. 우습다. 이번에야말로 운명에 끌려들어가는가.)
(덜컹거리는 바퀴 소리와 말발굽 소음에도 내부는 정적이었다. 왜인지 제게는 단 한 사람의 친근한 얼굴만이 아른거리고 있었다. 유령처럼, 아니면 저주처럼...)
........... 이 일을 끝맺을 겁니다. 반드시.
(그러고서는 자신도 목적지에 다다를 때까지 입을 열지 않았다.)
 
돌아온 집안은 그야말로 난리입니다.
 
당연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사람이 죽었는데, 그것도 심지어 정혼자가.
 
이 상황에서 가장 의심스러운 건, 로저.
 
루카스 C. 펠럼:(어떤 말도 귓가에 제대로 들려오지 않는다. 말없이 손을 내젓는 것으로 소란을 물렸다.)
 
당신의 심정을 알아챈 사람들이 물러갑니다.
 
어디로 향하나요? 로저는 아직도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루카스 C. 펠럼:(무의식적으로 발걸음이 로저의 방으로 향한다.)
 
문은 잠겨 있지 않습니다. 열어 보면, 잡동사니들이 온 방을 어지럽히고 있군요.
 
도대체 얼마나 오랫동안 정리를 하지 않은 건지, 방 안은 그야말로 난장판입니다.
 
루카스 C. 펠럼:(이 문을 열 적이면 자신은 항상 입가에 미소가 걸린 채였다. 그는 명목 상으로 하인이었으나 둘 없는 친구이기도 했다.)
(살인 계획에 대한 것, 또는 린튼 가문과 저택에 관련된 물건들이 있는지 살핀다. 자신은 쉴 새 없이 단서를 뒤적이면서도 그것이 발견되지 않기를 빌었다.)
 
책상 위에 아무렇게나 널려 있던 수첩을 펼쳐보면, 이름들이 적혀 있습니다.
 
낯선 이름들입니다. 그렇게 계속해서 페이지를 넘기면,
 
루카스 C. 펠럼:(기억해두고, 아는 이름이 나올 때까지 살핀다.)
 
신문을 스크랩해둔 페이지가 있습니다.
 
신문의 인쇄된 글자들 맨 밑,
 
로저가 자필로 남겼을 것이 분명한 글자가 있습니다.
 
케이티 린튼,
 
...이라고.
 
루카스 C. 펠럼:...... 케이티. (신문의 발행일자를 본다.)
 
신문의 발행 일자는 한 달 전입니다.
 
루카스 C. 펠럼:(어떻게 내가 이 사실을 모를 수가 있었지? 왜?)
(사인 또는 사망 배경에 대한 걸 찾는다. 손짓이 빨라진다)
 
이름들 외에 별다른 내용은 적혀 있지 않습니다. 다만, 낙서하듯 끄적인 단 한 줄의 문장.
 
역시 총이 제일 편하긴 해.
 
...그것뿐입니다.
 
루카스 C. 펠럼:... (신문지 외의 다른 사항이 있나?)
 
별다른 내용은 없습니다.
 
루카스 C. 펠럼:(자신이 가장 신뢰하고, 존중하면서 아껴온 친구다. 글자로 표현할 수 없는 배신감에 얼굴을 감싼다.)
(이것이 네가 말하던 자유인가?)
(나의 행복을 으스러트리고, 갈취하는 것이?)
(이미 이 저택에도 경찰이 찾아와 있나?)
 
당신이 귀가하는 길을 따라, 경찰 마차도 같이 왔던 것이 생각납니다.
 
상념을 떨쳐내지 못하던 중,
 
발치에 무언가 채입니다.
 
루카스 C. 펠럼:(멈춰 선다. 눈동자만을 굴려 확인한다)
 
아직 쓰지 않은 총알 하나.
 
침대 밑에서 굴러온 것 같습니다.
 
루카스 C. 펠럼:(총알을 집어들어 얼굴 앞에 가져온다. 미약한 쇠 냄새가 난다.)
(총알을 가져간다.)
 
차가운 금속 표면에 굴절된 당신의 얼굴이 비칩니다.
 
어떤 표정이었던가요, 배신당한 것에 대한 분노? 실망?
 
루카스 C. 펠럼:(지금은 사라진 로저를 찾아내는 것이 먼저다. 이만하면 확증은 차고도 넘치는 상황, 꼭 잡아보라는 듯이 단서를 남기고 간 너는 무슨 생각일까.)
(신문에서 필요한 페이지만을 떼어낸다. 발행일자를 확인하고, 반으로 접어 챙겼다. '케이티'와 '린튼'이 반대 면으로 넘겨져 뒤집힌다. 수사관에게로 가자)
 
복도로 나오면, 아까까지만 해도 조용하던 곳이 어느새 시끌시끌합니다.
 
사용인들이 수근대는 소리를 들어 보니, 로저가 돌아온 것 같습니다.
 
루카스 C. 펠럼:(회랑의 시중들에게 시선을 주는 일 없이, 소란스러운 방향으로 향한다. 서슬 퍼런 칼날을 품은 인간처럼 겉으로 보이는 자신의 인상은 파리하다.)
 
1층으로 내려와 보면, 소란의 한가운데 선 로저가 보입니다.
 
자신의 곁에 선 경찰에게 무언가를 내미는 모습이 보이네요.
 
루카스 C. 펠럼:물러서들 있어. (주변의 인파를 헤치고 나아가 상대에게로 다가간다.)
 
로저:...말씀드렸다시피 저는 시내에 나가 있었습니다만... (경찰에게 뭔가를 말하다 말고 살짝 시선을 돌려 루카스를 바라본다.)
 
루카스 C. 펠럼:(당장이라도 저주의 말을 퍼부을 듯하던 심정은 역설적으로 상대에 대한 염려를 드러낸다.) 찾고 있었어. 로저.
 
로저:...제게 무슨 용건이 있으십니까, 도련님.
 
루카스 C. 펠럼:... 영영 떠난 줄로 알았는데, (제 발로 돌아온다라...) (고개를 돌린다.)
 
로저:(영문을 모르겠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루카스 C. 펠럼:결혼식은 취소야.
전부 네가 바라는 대로 됐지.
(미간을 좁히며 쓰게 웃는다. 친우에게 향하는 두 눈에는 멸시와 증오가 서려 있다.) 모르는 이야기인가?
 
로저:모르는 이야기입니다만. 아까부터 다들...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건지.
뭔가... 일이 있었습니까?
 
루카스 C. 펠럼:(경찰에게 내민 물건을 본다.)
 
경찰이 로저에게 건네받은 것은 상점의 영수증입니다.
 
날짜와 시간을 보면, 오늘 아침에 산 것이 분명합니다.
 
루카스 C. 펠럼:(위조인 게 틀림없다. 알리바이를 믿지 않는다.) ... 케이티가 죽었지.
살해당했고, 린튼 경과 부인은 쇼크에 빠지셨다.
어떻게 지금까지 내 앞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숨겨왔던 거지. 내가 너를 잘못 알아본 건가? (충동적으로 다가간다.)
비겁한 살인자를, 내 저택에...... 내 손으로 들이고자 했던 건가?
(광신 들린 사람처럼 폭언을 쏟아낸다.) 말해봐, 로저. 네게는 아무런 책임감이 없나?
내가 불행해지고 나서야 행복해질 것 같나? 말해!
 
로저:(말없이 그 모든 것을 듣고 있다가, 고개를 저었다.) ...제 말을 들어 주지도, 믿어 주지도 않을 것 같아 보이는 사람에게... 무슨 말을 하겠습니까.
이미 제가 살인자라고 단정지으신 거겠죠. 바라는 대로 하십시오. 따르겠습니다.
 
루카스 C. 펠럼:(언성을 높인다.) 네가 케이티를 죽였어! 전부 알고 있다고! 고작 종이쪼가리 하나로 빠져나갈 생각이라면 꿈도 꾸지 마! (자신은 처음으로 자신이 아닌 사람에게 극도의 격분을 쏟아낸다.)
(분개한 눈을 경관에게로 돌린다.) 아직도 증거가 필요하십니까? (상대에게 신문 조각을 떠내밀고서는) 그래, 부족하다면 이자의 휴게실을 샅샅이 뒤져서 확인해보시죠. 누가 알겠습니까. 남겨진 총알이라도 더 찾아낼지.
... 당신들은 모두 무능해, 하나같이 쓸모도 없고, 목적도 없이 그저 똑같은 일과를 반복할 뿐이지...... 이게 린튼 가문의 영애의 피살사건을 다루는 태도인가?
 
경찰들은 심히 당황한 듯한 표정으로 당신을 바라보다가,
 
그때까지도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던 로저를 무릎 꿇려서 포박합니다.
 
루카스 C. 펠럼:(상대를 내려다본다. 그늘진 안면에 일방적인 증오가 비친다. 상대의 말을 듣겠다는 의사는 일절 보이지 않는다.) 지금이라도 진심으로 반성한다면, 선처를 부탁드리겠다. 로저.
진솔한 후회는 네가 인간이라는 증거가 되어주겠지. 안 그래?
 
로저:...글쎄.
잘... 모르겠군.
결국 너는... 우정보다는 사랑이라는 건가?
...그래도 상관없어.
나도 마찬가지니까...
 
그 말을 마지막으로, 로저는 더 이상 입을 열지 않습니다.
 
루카스 C. 펠럼:너는 사랑을 몰라. 넌 인간적인 게 뭔지 아무것도 알지 못해.
실망스러워...... (이를 악문다. 자신도 모르게 손등으로 이마의 땀을 훔쳐냈다. 쉽게 흥분이 가라앉을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경관, 이자를 사라지게 하십시오. (그런데도, 왜 이렇게 돌이킬 수 없는 짓을 벌이고 있는 건 저녀석이 아닌  같을까? 등 돌려 자리를 떠난다.)
(어째서, 어째서...)
 
당신이 쏟아낸 폭언을 등진 채,
 
로저는 그대로 경찰들에게 끌려 나갑니다.
 
루카스 C. 펠럼:(한 사람을 위해 둘을 잃는 무지한 결단을 내리고 있는 것인가.)
 
마지막까지 아무런 표정도 보이지 않은 채, 아무런 반항도 없이. 그렇게.
 
마차가 떠나고 나서야, 저택은 고요해집니다.
 
루카스 C. 펠럼:...... (장례 일자에 대해 생각한다.)
 
장례식도 장례식이지만, 그 전에 먼저 처리해야 할 일들이 있습니다.
 
두 가문의 결합이 무산된 일에 대해서 린튼 부부가 상의하러 오겠죠.
 
사람의 죽음보다도 위에 있는, 이 시대의 천박한 권력이란.
 
루카스 C. 펠럼:(그자들은 금방 제정신으로 돌아올 것처럼 보이진 않았는데.)
(린튼 부부를 찾으러 간다.)
(지금은 오로지 하나를 선택에 거기에 집중해야 한다. 이 이상 일을 그르칠 수는 없다. 누구도 방해하게 두지 않겠다)
 
당신이 다시 저택 밖으로 나가려 하자, 주변 사람들이 당신을 만류합니다.
 
지금은 섣불리 움직일 때가 아니라면서요.
 
루카스 C. 펠럼:(사용인들에게 일러둔다.) ...너희는 그자에 대한 건 전부 잊어버려. 처음부터 이곳에 있지도 않았다고 생각해.
(다른 일정이 없다면 제 방으로 올라가 휴식을 취한다.)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온다...)
 
다른 일정이 있었을 리 없죠. 그야, 오늘의 유일한 일정은 이미 끝났는걸요.
 
방으로 올라가 휴식을 취하는 동안에도, 머릿속은 계속 소란스럽습니다.
 
오늘은 아마 긴 밤이 될 것 같아요.
 
루카스 C. 펠럼:(공허하다. 쇠냄새 나는 총탄이 몸을 짓뚫고 간 것만 같다.)
(살인죄가 인정된다면, 그에게는 어떤 벌이 내려질까.)
 
:밤이 어느 정도 깊었는데도, 아래층에서 들려 오는 말소리는 잦아들지 않습니다.
 
루카스 C. 펠럼:(자신보다 신분이 높은 자를 참살했으니, 운이 나쁘다면 종신형이다.)
...... (초점 없는 눈으로 귓가에 들어오는 말소리를 멍하니 듣는다.
 
:사용인들이 로저의 방을 정리하면서 대화를 나누는 소리인 것 같습니다.
방이 뭐 이렇게 더러워? 이 상자는 또 뭐야? 같은 말소리들이 들려오네요.
 
루카스 C. 펠럼:(불평 밖에는 들려오지 않나?)
 
:그 외에도, 어쩐지 눈깔부터 쎄했다던지... 주제를 모르고 설쳐서 그렇다던지 하는 험담들이 들려오네요.
 
루카스 C. 펠럼:(...잠깐, 상자?)
(추악한 배신자를 위해 직접 내려갈 필요는 없겠지, 그들이 발견한 상자를 사용인을 시켜 제 방으로 들여보내도록 한다. 내 눈으로 확인해야겠어, 그 정도의 말만 남긴다.)
 
:사용인들이 가져 온 상자는 철제로, 비밀번호를 입력해서 여는 형식입니다.
단 한 개의 숫자만 입력하면 되는 잠금장치군요.
 
루카스 C. 펠럼:(얼마나 오래된 것일까?)
 
:그다지 오래된 물건은 아닌 것 같습니다.
 
루카스 C. 펠럼:
기준치: 35/17/7
굴림: 25
판정결과: 보통 성공
(적당히 눌러봄)
 
:6이라는 숫자를 입력하자, 상자가 열립니다.
상자 안에는 돌돌 말린 양피지가 한 장 놓여 있습니다.
 
루카스 C. 펠럼:(양피지를 꺼내 살핀다.)
(먼지를 한번 털었다. 어떤 표정도 없이, 그저 손가락만이 움직이고 있다)
 
:종이를 펼치면 한 호텔의 주소가 적혀 있습니다. 이곳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입니다. 귀퉁이에는 린튼의 성을 단 몇 명의 이름이 동그라미 표시되어 있네요.
그리고, 양피지의 끝부분에는...
어떤 주문이 적혀 있습니다.
내용을 확인했다면, SAN c. (1/1d3)
 
루카스 C. 펠럼:
SAN Roll
기준치: 40/20/8
굴림: 22
판정결과: 보통 성공
(받아들일 수 없는 내용이다. 주문이라고? 그런 건 허무맹랑한 거짓말에 불과하다. 그가 닿았던 광기의 단초를 목격하자, 허탈감까지도 느낄 수 있었다.)
...... (시간을 돌릴 수 있다면 신은 시작부터 완벽한 세계를 만들어 주셨으리라. 외출 용도의 코트를 찾아 걸친다. 호텔 주소로 향한다.)
 
늦은 시간, 마차를 잡아타고 호텔로 향하는 당신을 바라보는 마부의 눈길이 썩 좋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별 말 하지 않고, 데려다 주는군요.
 
종이에 적힌 주소의 호텔로 도착하면, 새벽입니다.
 
모두가 잠들었을 시간. 당신은 무엇을 하기 위해 왔나요?
 
루카스 C. 펠럼:(말없이 창문 바깥을 내다본다. 밤의 적막이 내려앉은 거리의 정경을 눈에 담는다.)
(그래, 나는 무엇을 위해 이곳에 왔을까... 시간 낭비라는 잡념마저도 들었다. 그는 이미 제 손을 떠난 인간이다. 그러니 더 이상 신경쓸 이유도 없었을진데.)
(호텔 안으로 들어간다. 주인이 있다면 그에게 말을 건다.) 영업 중입니까?
 
카운터를 지키던 직원이 꾸벅꾸벅 졸다 말고 당신의 말에 퍼뜩 정신을 차립니다.
 
영업하는 중이긴 한데... 이런 시간에 체크인하시려고요?
 
루카스 C. 펠럼:아닙니다. (돈이 든 봉투를 카운터 위에 내려놓는다. 물론, 방삯은 아니다. 후일을 번거롭게 만들고 싶지는 않아서였다.) 우선이 일은 비밀로 해줬으면 좋겠군요. (자신이 이곳에 왔다는 사실은.)
큰 체격에 검은 머리, 사나운 인상을 가진 청년에 대해 아십니까?
 
아, 예... 음... 그런 사람은 온 적이 없습니다만.
 
루카스 C. 펠럼:이곳에 6호실이 있습니까? (상대의 안색을 살핀다. 진실인가, 거짓인가?)
 
6호실은 없는데요. 이런 질문은 왜 하시는 거죠?
심리학 판정입니다.
 
루카스 C. 펠럼:
심리학
기준치: 50/25/10
굴림: 10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직원이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이 곳에 로저는 아직 온 적이 없는 게 아닐까요?
 
루카스 C. 펠럼:(카운터 주변을 눈으로 훑는다. 장사가 잘 되는 곳이라면 번지르르하게 꾸며져 있겠지.) 신경쓸 것 없습니다. 한 발 늦었나 했더니, 그건 아닌 모양이군요.
만일 방금 말한 용모를 가진 자가 나타나거나, 기억이 떠오른다면 이 주소로 연락해주었으면 합니다. (믿을 만하고, 입이 무거운 사용인의 연락처를 남긴다.) 최근 거리의 치안이 아주 나빠져서요. 그쪽도 조심하는 게 좋을 겁니다.
 
:직원은 미심쩍다는 눈으로 알겠다 하고, 연락처를 받아듭니다.
 
루카스 C. 펠럼:(혹시 로저가 내밀었던 영수증에 적혀 있었던 가게는 이 근처인가?)
 
:아닙니다. 가게는 시내에 있었습니다.
 
루카스 C. 펠럼:...... (헛걸음이다. 간단한 인사를 남기곤 호텔 바깥으로 나온다.)
(호텔을 전체적으로 살펴보자. 아무런 의도도 없이 이곳을 남겨두었을 리는 없다)
 
:이곳은 전체적으로 고급스러운, 귀족들이나 와서 묵을 법한 호텔입니다.
시내와는 약간 떨어진 곳에 있어, 주변 경관이 좋군요.
 
루카스 C. 펠럼:(다짜고짜 린튼 가문에 대한 걸 묻는다면 의심을 살 것이다.) ......
(어차피 다음 날이면 가주를 독대해야 할 것이다. 진상은 그곳에서 물을 수도 있겠지. 저택으로 돌아간다.)
(긴 한숨이 새어나온다.) ... 어리석은 짓이야.
 
:돌아오는 길은 꽤나 멀게 느껴집니다. 상념이 많아서였을까요.
 
저택으로 돌아오는 마차 창문 안, 동이 틉니다.
 
돌아온 저택은 아침부터 분주합니다.
 
어제의 살인 사건 때문도 있겠지만...
 
바로 오늘, 린튼 부부가 펠럼 가를 방문할 예정이라고 사용인들이 당신에게 다가와 말해줍니다.
 
두 집안의 관계를 정리하기 위함이겠죠.
 
루카스 C. 펠럼:(고개를 끄덕인다.) ...알았어. 바로 준비하지. (지친 낯으로 린튼 부부를 대면할 채비를 한다.)
 
:린튼 부부가 오기까지는, 시간이 조금 더 걸릴 겁니다. 그동안 부엌에서 간단히 끼니를 때우거나, 휴게실에서 잠시 눈을 붙이거나, 뒷마당에서 바람을 조금 쐬는 것도 괜찮겠죠.
 
루카스 C. 펠럼:(부엌으로 간다. 조금 이르지만 미리 해결해두는 것이 낫겠지)
 
그런 일이 있음에도 산 자들은 음식을 먹고 살아가기에, 맛있는 냄새가 만연한 부엌으로 향하자...
 
사용인들이 모여 무엇인가를 떠들고 있습니다.
자세히 들어보고 싶다면 듣기판정.
 
루카스 C. 펠럼:
듣기
기준치: 40/20/8
굴림: 85
판정결과: 실패
(하,.,.ㄱ-)
(귀에안들어옴 심란해서)
 
린튼 가 사람들이 .. ...도 공개하지 않는댔잖아?
 
그런데 ...에 따르면 이번에 죽은 케이티 린튼 씨가 마지막 ... ... 였다고.
 
그럼 뭐야? 그 부부만 ... ...거야?
 
글쎄, 아직 일가 친척이 ... ...긴 했다는데 ... ...면 대가 ... ...거겠지.
 
문장들이 일부가 끊긴 채 귀에 들어옵니다.
 
루카스 C. 펠럼:......
(대가 끊긴 건가. 그렇다면 그들에게는 최악의 상황이다)
(나머지 잡담들은 흘려보낸 채 아침 식사를 마치고서, 미련없이 휴게실로 향한다.)
 
휴게실은 고요합니다. 손님을 맞이하기 위한 준비만 되어 있을 뿐입니다.
휴게실 가운데에 놓인 손님맞이용 탁자가 있고, 한구석에는 불이 지펴진 벽난로가 있습니다.
 
루카스 C. 펠럼:(불과 그저께까지만 해도 이곳에는 고요가 아닌 웃음이 있었고, 인정이 있었다.)
(벽난로 앞을 지나가며 불길에게로 시선을 준다.)
 
벽난로 안에는 불꽃이 타오르고 있습니다. 방금 막 장작을 넣었는지 불길이 사납네요.
 
문득, 안쪽의 재를 바라보면 안쪽에 타다 만 종이조각이 존재함을 깨닫습니다.
 
루카스 C. 펠럼:...?
(아무도 몰랐던 건가, 미심쩍지만 종이 조각을 꺼내 살펴본다.)
 
종이 조각을 꺼내면 기묘한 글자들이 일부 적혀 있습니다.
 
<아이호트의 거래>
 
<숙주에 관하여>
 
...이런 게 원래 있었던가요?
 
루카스 C. 펠럼:... 아이호트?
(다른 내용은 전소된 건가.)
 
몇 가지 단어들만 겨우 알아볼 수 있었습니다.
 
...전염을 통한... ...지배 ... ...
 
...그리고 그 아래에 그려진 소름끼치는 거미 그림.
 
루카스 C. 펠럼:...! (케이티의 시신에서 발견한 것과 일치하나?)
 
일치합니다.
 
루카스 C. 펠럼:(불현듯 테이블 위로 시선을 돌린다. 섬뜩한 느낌에, 저도 모르게 눈을 찌푸렸다.)
 
테이블 위에는 손님 수에 맞게 놓인 찻잔이 있습니다.
 
손님용은 두 개.
 
그리고 신문이 놓여 있네요.
 
신문의 1면에는, 당연하지만... 케이티 린튼 살인 사건이 보도되어 있습니다.
 
루카스 C. 펠럼:(보도 내용에 대해 읽는다.)
 
용의자가 몇 추려졌고, 그 중에 한 명이 살인자로 밝혀져 경찰에 긴급 체포되었으나.
 
...서로 이동하는 중에 탈출했다고요.
 
루카스 C. 펠럼:끝까지 발버둥인가. (눈매가 가늘어진다. 마지막 문장을 읽고 나서는 사용인에게 치우도록 시켰다. 이제는 후사를 볼 자식도 없을 린튼 부부가 알아보았자 좋을 것도 없는 사실이다.)
 
사용인이 조심스럽게 다가와 신문을 치웁니다. 휴게실 안에는 다시 적막이 찾아옵니다.
 
루카스 C. 펠럼:(뒷마당으로 향한다.)
 
뒷마당 역시도, 고요합니다.
 
아무도 없이, 텅 빈 장소에는 흔들리는 수풀들만이 존재합니다.
 
그러고 보니, 로저는 뒷마당에 자주 오곤 했었죠.
 
사람이 잘 오지 않아 조용한 이곳을 특히나 좋아했던 기억이 납니다.
 
루카스 C. 펠럼:(홀로 거닐어본 기억이 많지는 않다. 항상 동반된 자가 있고는 했다.)
...... (이틀 전, 그가 앉았던 자리로 향한다. 무의식적인 행동이었다)
 
담장 틈새를 지나, 절벽으로 향하면...
 
이틀 전과 똑같은 자세로 앉아있는 로저가 보입니다.
 
늘 입던 셔츠는 어디 갔는지, 반팔 차림인 그 살갗에는
 
몇 달 전까지만 해도 본 적 없던, 무수히 많은 흉터가 새겨져 있습니다.
 
루카스 C. 펠럼:...!!! (착각이 아니다. 탈주한 후로 어느 샌가 이곳에 침입했던 것이다.)
(상대의 의중을 파악하기 어렵다. 쉽게 입을 열지 못하는 채로 자리에 우두커니 멈추어 섰다. 그에겐 목적이 있다. 그래서 이곳에 찾아온 것이다)
...... (이를 문다. 차가운 비소가 만면에 번진다. 또 누굴 죽일 셈이지?)
... 결국 이곳이 네 마지막 목적지인가?
(결국 나인가?)
 
로저:...글쎄.
상황에 따라서... 다르겠지.
(돌아보지도 않고 대답했다.)
 
루카스 C. 펠럼:너는 병들었어. 우리가 너를 힘껏 보듬어 주었는데도 그 시도들이 몽땅 수포로 돌아가게 만들다니.
(이상하게도 전날과 같이 격앙되는 감정은 없었다. 꼭 꿈 속에 있는 것만 같았다.)
... 만족해?
 
로저:(큭큭대며 웃다가 고개를 저었다.) 너는 내가 무슨 쾌락 살인마 같은 걸로 보이나 본데... 아니야. 만족? 대체 뭐에 만족하라는 건지. 잘, 모르겠군...
너는 네가 나보다 많은 걸 알고 있다고 생각하겠지... 그래서 그렇게 내려다보는 듯한 태도로 말하지. 하지만... 실은 아니야. 그걸 깨닫기에 넌, 아직 철이 덜 들었어.
그러니까 나도 이렇게, 너한테. 결국 너한테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게 되는 거겠지...
 
루카스 C. 펠럼:그 알량한 만족감을 얻기 위해서 죽인 게 아니라면, ...너는 쾌락살인마 이하의 존재로 떨어지는 거다. 로저.
(소리 없이 눈빛이 흔들린다.) ...
피가 섞인 적은 없지만, ... 우리는 형제처럼 서로에 대해 잘 알았고 그래서 무엇을 원하는지도 직감할 수 있었지.
이제 너와 내 사이에는 거대한 장막이 세워져 있고 그게 언제부터였는지도 기억나지 않아. 난...... 너를 용서할 수 없지만, 왜인지 지독한 슬픔을 느껴...
(점점 표정이 가라앉는다.) 우리에게 돈을 원해? 얼마나? 아니면, 더 많은 죽음을 바라? 어렸을 때부터 너를 지옥까지 내몰았던 세상에 대한 복수인가?
(마침내 얼굴은 일그러져 고통에 빠진 병자처럼 되고 만다. 제 이마를 한 손으로 짚는다.)
 
로저:(또다시 웃음. 한참을 그렇게 웃다가, 겨우 잦아들고 나서도 한동안은 말이 없었다.) 그런 것들을 하고 싶었다면... 케이티 린튼을 죽이는 것보다도 더 좋은 방법이 많았을 텐데.
너는... 딱히 내 심정에 대해서 생각한 적은 없었지? 그러니까 그런 말이 나오는 거겠지.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그래, 네가 내 심정을 이해할 거라고 생각도 안 하고. 그러길 바라지도 않는다. 그러니까, 너한테 할 말은 하나뿐이야.
내가 하는 일을 방해하지 마.
 
루카스 C. 펠럼:(아무것도 짚어내지 못했다는 듯 터져나오는 상대의 폭소를 관망한다. 이해하지도, 헤아릴 수도 없는 대상 앞에서 자신은 어떤... 절망감마저도 느낀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당연히 손에 넣었어야 할 진실로부터 멀리 동떨어져 있었다는 공포이기도 하다.)
몇 번이고 그 마음을 읽어보려 했어, 네가 나에게 숨기는 사실이 있을 리는 없으니까...! 네가 그 빌어먹을 결혼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을 때도 기꺼이 널 받아줬다고! (확신은 불확신으로, 해명은 변명으로 변질된다.)
아니, 방해할 거다. 넌 이제 아무것도 할 수 없어...... 어떻게 들어왔는지는 몰라도, 너는 이 저택을 빠져나갈 수 없고 재판을 받을 거야.
(상대를 노려본다. 사용인들을 부르면 일대 다수로 탈출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는 지금까지의 운이 좋았을 뿐, 앞으로는 아니다.)
 
로저:여전하군, 내가 이렇게 말한다 해도... 결국 넌 변하지 않네. ...너무 많은 걸 바란 건가.
그래도 괜찮겠지... 괜찮을 거야. 아마도. (이것은, 상대에게 하는 말이라기보다는 혼잣말에 가까웠다.) 이제 곧 모든 게 끝나니까.
아마... 그 때가 되어도... 네가 내 곁에 있는 일은 없겠지만. 상관없어.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그 손에는 총이 들려 있었다.) 일이 끝날 때까지... 여기 얌전히 있어 줬으면 좋겠는데.
네 가족들을 해칠 일은 없을 테니까... 안심해.
 
루카스 C. 펠럼:... 싫다면?
날 쏜다고, 네가?
(동요하는 기색 하나 없이 자리에 서 있다.) 다 끝났어. 로저.
다 끝이라고. (잠깐, 이제 린튼 부부가 도착할 때인가?)
 
로저:그럴 순 없지. 여기서 총성이 들리면, 일이 꼬일 테니까... 굳이 너를 쏠 이유도 없고.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로저가 당신에게 접근해 가볍게 뒷목을 내리칩니다.
 
저항하나요? 아니면... 가만히 있나요?
 
루카스 C. 펠럼:...... (한 걸음 물러나던 중, 급습이다. 날렵하게 몸을 피하며 저택이 있는 방향으로 뜀박질하려 든다.) !
(완력은 몰라도, 속도는 항상 자신이 위였다)
 
:민첩 대항 판정입니다.
 
로저:
민첩
기준치: 60/30/12
굴림: 10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루카스 C. 펠럼:
민첩
기준치: 50/25/10
굴림: 76
판정결과: 실패
 
로저에게 붙잡혀 바닥을 굴러, 정신이 잠깐 아찔해집니다.
 
그 사이 수풀을 밟는 발소리는 점점 멀어지고,
 
쫓아가던 도중 들려오는 단 두 발의 총성.
 
루카스 C. 펠럼:(이대로면 놓친다, 놓치고 만다...)
(흙먼지 묻은 옷을 털어낼 여유도 없이, 필사적으로 내달린다. 총성이 있었던 곳으로 질주한다)
로저!!!
 
총성이 들려온 곳은 현관. 그 앞으로 가면,
 
바닥에 쓰러진 린튼 부부의 시체와, 그 앞에 선 로저의 모습.
 
당신의 목소리를 들은 그가 천천히, 아주 천천히 돌아봅니다.
 
그 표정에는 결코 희열이나, 만족감 따위는 없었습니다.
 
루카스 C. 펠럼:(시신을 확인하고는, 주저앉는다.)
 
단지, 깊은 절망과 피로. 약간의 죄책감.
 
주저앉은 당신의 앞으로, 로저가 무언가를 툭 던집니다.
 
총입니다. 방금 두 사람을 죽였던 총.
 
로저:자... 복수할 기회는 지금뿐이다. 어떡할래?
 
루카스 C. 펠럼:(침음한다. 절망스러운 상황 앞에서 자신은 그 시절의 어린애처럼 미숙하고, 이기적인 무지의 상태로 되돌아간다. 사랑하는 여인, 그녀의 가족, 아버지와 형제들을 위한 계약, 가장 친밀했던 친구, 자신은 그것들을 한순간에 유실했다는 사실에 극도로 절망한다.)
...... (유아적인 충동에 사로잡히며 순식간에 권총을 끌어다 잡았다. 파지한 손에 강한 힘이 들어간다. 대번에 단 한 발을 장전하고, 상대에게로 겨눈다.)
(이 거리에서라면 목을, 머리를 맞히고도 남는다. 자신은 실패하지 않는다.)
(마지막 순간에 가서도, 끝의 끝에서도 자신은 상대의 심경을 알 길이 없었다. 이유도 없이 침략당한 자아의 절규만이 머리 속에서 메아리치고 있었다.) ...... 너는...
죽어야 해. (그렇게 상심한 자에 대한 이지를 잃었다. 방아쇠를 당긴다.)
 
비명 같은 총성이 울리고, 총알이 로저의 목을 꿰뚫습니다.
 
힘없이 무너지는 그 몸은, 정말로. 이것을 원하기라도 했다는 듯.
 
희미하게 미소지은 채입니다.
 
루카스 C. 펠럼:(싸늘한 감옥이 아닌, 지옥의 불길이라면 너를 덥혀줄 수 있겠지.)
 
로저의 눈이 천천히 감기고,
 
그 마지막 숨결이 새어나오고 나면...
 
당신 역시 정신을 잃어버리고 맙니다.
 
 
 
 
햇살이 들어오는 방 침대에서 눈을 뜹니다.
 
루카스 C. 펠럼:... (가만 눈을 뜬다. 지금은...)
 
나쁜 꿈이라도 꾼 걸까요. 하지만 꿈이라기엔, 너무나... 지나치게 생생한 기억들입니다.
 
루카스 C. 펠럼:...... (어떻게 된 거지? 꿈?)
 
문득 달력을 살피면,
 
오늘은 정략 결혼에 관한 통보를 듣던 날입니다.
 
결혼식에서 한 달 전.
 
루카스 C. 펠럼:......?
 
하지만... 그 모든 일은 이제 없던 일이 되어 버렸습니다.
 
루카스 C. 펠럼:(사용인을 부른다. 오늘의 날짜를 다시금 확인한다.)
... 장례 절차는? 아버지는, 린튼 경은...
 
사용인이 와서 오늘은 별다른 일정이 없다고 알려 줍니다.
 
루카스 C. 펠럼:경관들은? 수사는 종료된 건가? 얼마나 잔 거지...?
 
:사용인들은 하나같이 당신을 의아하단 눈으로 봅니다.
몇 번을 확인해 봐도, 날짜는 과거로 돌아왔고...
정략 결혼은 없던 일이 되어 있습니다.
 
루카스 C. 펠럼:...... (저택 복도로 나온다. 주변을 돌아다니며 장식이나 청소된 흔적 등을 확인한다. 한 달 전이라고?)
(내가 광증에 빠진 건가? 어떻게?)
 
:깔끔하게 청소된 저택의 내부는 평소와 다름이 없습니다. 경쾌하게 아침 인사를 건네오는 가족들, 사용인들... 모든 것이 평소와 다름이 없습니다.
아니, 정말로 다름이 없나요?
그 익숙한 풍경 속에 녹아들어 있던 한 사람.
 
루카스 C. 펠럼:...... (드물게 아연실색한 얼굴이다. 눈을 커다랗게 뜨고서는 얼간이처럼 서 있다.)
 
:로저의 모습이 어디에서도 보이지 않습니다.
 
루카스 C. 펠럼:로저, ... 로저... (마지막으로 죽어가던 로저의 모습을 떠올린다. 내가 죽였다. 실탄이 정확하게 동맥이 있을 자리를 꿰뚫었고, 치솟던 핏줄기를 똑똑히 보았단 말이다.)
(지나가던 메이드를 잡아 물었다.) ... 죽었나?
로저는? (목을 타고 땀 한 줄기가 흘러내린다.)
 
:아무렇지도 않게 친구가 죽었냐 묻는 당신을, 메이드가 하얗게 질린 표정으로 바라보며 고개를 젓습니다.
 
루카스 C. 펠럼:... 살아 있나?
 
:그녀의 말에 따르면, 로저는 아침 일찍 저택을 나선 것 같습니다. 어디로 간 걸까요.
 
루카스 C. 펠럼:왜 그런 눈으로 나를 보는 거야, 페리... (오히려 그런 눈으로 메이드를 바라보는 건 자신이다. 박약하고, 한심한.)
...... (호텔. 그곳으로 가자. 거기라면...)
 
:바로 저택을 나서려는 당신을 붙잡고, 페리가 무엇인가를 건넵니다.
편지입니다. 아마도 로저가 남기고 갔을.
 
루카스 C. 펠럼:(편지 봉투를 바라보다가, 페리가 사라지면 뜯어서 읽는다.)
 
:편지를 펼치면, 간결한 문장이 몇 개 남겨져 있습니다.
 
떠올려 보면, 그 많은 시간 동안 단 한 번도 너한테 진실을 말한 적은 없었지.
 
내 방에 가봐. 거기에... 많은 걸 두고 왔으니까.
 
그리고... 기다려줘. 나는 다시 돌아올 테니까.
 
너한테 올 거야. 그리고... 내 마지막 순간에
 
루카스 C. 펠럼:(로저의 방이 있을 방향으로, 퍼뜩 고개를 돌린다.)
 
내 곁에 있는 건 너였으면 좋겠군.
 
나는 네가 필요했어.
 
나는 너만 필요했어.
...문장들은 거기서 끝납니다.
 
루카스 C. 펠럼:(망연자실하다. 그제서야, 너무도 늦게, 깨닫는 것이 있었다.)
(누군가 자신을 인형실로 옭아매어 간신히 세워둔 것만 같았다. 자리에 서 있는 것도 자신의 의지가 아니었고, 눈을 깜박이고 숨을 내쉬는 것마저 자신이 바란 게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
...... (얼굴을 쓸어내린다. 그제서야 웃음이 나오기 시작한다.) 하하, 하하하...
... 하하하... (동시에 싹트는 것은 더없이 역겨워하는 감정, 그리고 경탄스러운 기분과 더러운 무력감이었고...)
(이토록 자신이 어리석었음에 대한 자괴감이었다.)
나는 정말... 하나도 몰랐군. (로저의 방으로 향한다.)
 
로저의 방으로 들어가면,
 
모든 것이 다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는 풍경이 시야에 들어옵니다.
 
그 속에서 단 한 가지, 단정치 못한 곳은 책상입니다.
 
서랍이 살짝 열려 있네요.
 
루카스 C. 펠럼:(호흡이 불안정하다. 서랍을 연다.)
 
서랍 내부에는 거미의 얼굴이 그려진 공책이 있습니다.
 
루카스 C. 펠럼:(표지를 넘긴다.)
(거미의 얼굴을 이루는 곡선을 한번 손끝으로 훑고서는 천천히 넘긴다.)
 
표지를 넘겨, 내용을 살피면 그곳에는 어떤 목록들이 나열되어 있습니다.
 
[아이호트의 일족이 지배한 숙주 명단]
 
[숙주의 근원지인 린튼 가문원 명단]
 
루카스 C. 펠럼:(숙주.)
(불쾌감을 가라앉히며 명단을 읽는다.)
 
어디선가 본 것 같은 이름들 끝에,
 
조나단 린튼, 레베카 린튼, 케이티 린튼의 이름이 적혀 있고...
 
거의 모든 이름에는 붉은 줄이 그어져 있습니다.
 
당신이 아는 세 이름들에도 마찬가지로, 붉은 줄이 그어져 있습니다.
 
내용은 거기서 끝이 아닙니다.
 
다음 페이지를 펼치면, 거미 그림과 함께 '숙주'에 관한 이야기가 적혀 있습니다.
 
'아이호트의 일족'이라는 작은 거미 같은 생명체가 인간의 몸을 차지한다는 내용.
 
그 수를 늘여가려 한다는 것, 그리고 마침내 저들의 신을 불러 모시려 한다는 모독적인 이야기.
 
그리고, 그들의 다음 숙주로 점찍힌 이는...
 
당신입니다.
SAN c. (1d2/1d4)
 
루카스 C. 펠럼:
SAN Roll
기준치: 39/19/7
굴림: 38
판정결과: 보통 성공
rolling 1d2
 
(
1
 
)
 
 
=
1
(받아들일 수 없다. 모든 진실을 관망하고서도, 30일이라는 시간을 건너 되돌아왔음에도 무엇인가 모순이 있으리라, 공작이 있으리라고 결단을 내린다. 떨리는 손으로 공책의 표지를 덮었다.)
(이것은 연극이다... 오직 나 하나를 고통스럽게 하기 위해 정밀하게 짜여진, 발목잡이 연극.)
(부정한다. 이것은 망상이다. 로저의 망상이었고, 나의 망상이다. 이제 그것이 나의 이성을 빼앗으려 드는 것이다.)
(느릿하게 소매로 입가를 훔치곤, 그대로 공책을 다시금 서랍에 집어넣었다.)
 
루카스 C. 펠럼:......
(운명과 선택에 의한 자멸은 구분지을 수 없다. 나는 운명을 두려워하지 않고, 항상 그것에 맞서왔다...)
(방에서 나온다.)
한 달, 한 달이란 말이지...... (회랑의 벽에 기대어 허탈하게 중얼거린다.)
 
:당신이 뭐라고 생각하고, 뭐라고 느낀다고 한들... 실제로 시간은 되돌아왔습니다.
당신이 만났던 린튼 가문의 세 사람은 이미 오래전에 의문의 죽음을 맞았다고 되어 있고, 아마 그들이 돌아오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루카스 C. 펠럼:... (그래, 시작부터 린튼 가문과 엮이지 않게 된 거라면 차라리 케이티의 죽음도 잘 된 일이다.)
(일어나지 않았던 상실에 애통해할 필요는 없다. 그간의 방황은 일탈일 뿐이었고, 다시 한 번 원점으로 돌아온 거다. 그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가벼워진다.)
린튼 가문과의 인연은 나에게도 버거운 일이었지. 선대부터 유서 깊은 일가였고, 아버지는 그들과 교류할 수단을 원했다.
로저... 너에게는 고마워 해야겠어. 지금까지 내 가장 소중한 친구를 몰라보고 있었다니, 내 실책이야.
하지만 너에게 자유로워지라고 말했던 건, 이딴 짓을 벌이란 뜻이 아니었어...... (제 손을 내려다본다. 손끝에 붙은 먼지를 툭 털어낸다.)
(제 방으로 향한다. 사냥용 물품들을 보관해 놓는 용도의 장식장 앞에 선다. 형제들과 자신의 침실에만 있는 가구다. 유리 너머의 한 점에로 시선이 옮겨 간다.)
 
루카스 C. 펠럼:(자신은 단검을 하나 꺼냈다. 짐승의 가죽을 손질하는 건 사용인들의 역할이었기에 정작 쥐어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
(로저가 돌아올 때까지 자신은 몇 일, 몇백 일을 기다릴 각오가 되어 있었다. 생각이 맑아지고 나서는 걸음도 한결 가벼워졌다.) 내가 필요했겠지. 난 녀석의 곁에 있어주지 않았으니까.
(기다린다.)
 
다음 날에도, 그 다음 날에도 로저의 소식은 들려오지 않습니다.
 
정략 결혼의 이야기 또한 나올 리 없이, 평화로운 나날들.
 
린튼 가는 도주한 친척들 몇을 남기고 모조리 이유 모를 살해를 당한 멸망한 가문으로 소문이 퍼진 지 오래입니다.
 
그렇게 일 주가 지나고,
 
이 주가 지나고,
 
삼 주가 지났을 때.
 
신문 1면에 기사가 났습니다.
 
의문의 화재로 마지막 린튼 가의 가문원들이 몰살당하다.
 
신문을 읽는 당신의 등뒤 창밖에는 밤이 깔리고,
 
그리고... ...
 
창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립니다.
 
누군가 아래에서 돌을 던져 창문을 맞추는 듯한 소리.
 
루카스 C. 펠럼:(매일 밤, 매일 아침마다 로저라는 인간에 대해 생각했다.)
(언제쯤 약속을 지키러 돌아올까, 내가 마지막으로 기억하던 네 모습은 어땠던가, 너는 나를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
(하루도 빠짐없이 그가 돌아올 날을 고대했다. 느긋하면서도 조급하게 기다리고 있었다.)
(모순적이게도 그 정념들은 전부 사랑의 일편과 닮아 있었다.)
(나를 인형처럼 가지고 놀았던 너를 증오한다. 감히 더러운 마음을 품은 것에 경멸한다.)
(살려준 은혜를 뻔뻔하게 저버린 너는 이제 사라져야 한다.)
 
루카스 C. 펠럼:(창밖을 내려다본다.)
 
당연하다는 듯, 그곳에는 로저가 서 있습니다.
 
그는 당신과 눈이 마주치자마자,
 
등을 돌려서 정원의 저편으로 사라집니다.
 
마치 따라오라는 듯이.
 
어디로 가는지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당신은 이미 알고 있습니다.
 
루카스 C. 펠럼:(자신은 웃었던 것 같다. 한 점의 티끌도 없이 진실한 마음으로.)
(자켓을 걸치고, 안감을 확인한다. 날카로운 것이 끝에 걸린다.) ... (뒷마당으로 나간다.)
 
세 번째입니다.
 
근래의 당신이, 사라진 로저를 찾아서 절벽으로 향한 것이.
 
달빛 아래, 방풍림과 히스꽃을 등지고 그는 절벽 끝에 위태롭게 서 있습니다.
 
루카스 C. 펠럼:(발치에 풀잎들이 밟힌다. 발소리로 자신이 온 것을 알린다.)
 
로저:(돌아보지는 않았다.) 이제... 정말로. 다 끝났어.
앞으로 살아가는 동안... 너는 이제 안전하겠지. 내가 없어도.
 
한 차례 바람이 불어오고, 히스꽃잎들이 바람에 흩날립니다.
 
바람에 날려간 꽃잎들이 로저의 몸에 닿는 일은 없었습니다. 그의 몸은 점점 형체를 잃어가고, 흐릿해집니다.
 
루카스 C. 펠럼:...... 그러고 보니 네게 감사한 적이 없었네. 로저.
고마워. 전부 치워준 것들, 고맙게 생각해. (미소짓는다. 심정은 가면처럼 미소짓는 얼굴 뒤로 가려진다.)
미리 말해줄 수도 있었잖아? (섭섭하다는 양 눈썹이 팔자로 된다.)
 
로저:...말한다 한들, 네가 믿었을까.
나한테 고마워할 필요는 없어... 너는 지금까지 내가 주는 것들을 당연하게 받아왔으니까. 이번에도 그러면 돼.
어차피... ...내가 한 차례 버렸었는데도, 네가 끌어내 살린 목숨이잖아.
그러니까, 널 위해서 써도 후회는 없다고...
(절벽과 호수를 등지고 돌아선다. 웃는 낯으로.)
일곱 번이야. 내가 시간을 돌린 게... 그 대가로 나는 곧 사라지게 되겠지.
 
루카스 C. 펠럼:(침착하게 가라앉은 눈으로 상대의 모습을 훑는다. 자신이 모르는 상흔에 덮여져 있고, 어느 때보다도 지쳐 있다.)
기분이 어때.
스스로 자유로운 것 같아?
(그럼에도 저 후련하다는 눈빛만큼은,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로저:...글쎄... 이제 와서는, 잘... 모르겠네.
 
루카스 C. 펠럼:(자신이 가지고자 한 것을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손에 움켜쥔 그 모습이 구역질을 치밀게 한다.) 내가 보기에, 너는 만족하고 있어.
너무도 만족해서... (천천히 고개를 젓는다.) 깨닫지 못한 거야.
(부럽다.)
어렸을 때...... 너를 키웠던 자들, 그놈들은 죽어서 마땅하다고 생각했지. 네 생명은 그래서 항상 내 범죄의 증서나 다름없었어.
그런데 헛된 걱정이었지. 너는 거기까지 알아챌 만큼 똑똑한 녀석이 아니었는데.
네게 뭘 해줄 수 있을까? 마지막으로. (자조하듯이 과장되게 두 팔을 펼쳐 보인다.)
 
로저:...하하. 하... ...... 그런 값싼 동정 따위는... 받을 생각 없어. ...집어치워. 어차피 너는 내가 원하는 단 한 가지를 영원히 주지 않을 인간이란 건... 이미 알고 있으니까.
그리고... 너야말로. 모르고 있었겠지만.
네가 나를 꺼내온 그 불타는 집은... 내가 내 부모와 나의 무덤으로 선택한 곳이었으니까.
결국... 모든 건 거기서 시작됐던 거겠지. 네가 거기서 나를 꺼내왔던 순간부터...
너는 아무런 대가도 바라지 않고 너 대신 목숨을 바칠 자를 얻은 거니까.
그러니까... 기뻐해야 하는 건 내가 아니라 너야.
 
로저:네가 스스로 살인을 했을지도 모른다는 죄책감도, 이제는 없는 과거의 시간에서 실제로 찾아왔었던 불행도... ...앞으로 네가 살아갈 길을 방해하기만 할 값싼 우정도.
전부다 내가 삼킨 채로 사라지니까.
그러니까... 웃어봐.
그렇잖아, 하나의 죽음으로 이 모든 게 이루어진다는 게... 얼마나 잘된 일이야.
 
루카스 C. 펠럼:(잠자코 흘러나오는 그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자신은 히스꽃 한 송이를 밟아선 채로, 그렇게 표정이 구겨질 듯, 밝아지는 듯 하다가 이를 악문다. 자신은 살고자 하는 인간을 구원한 선인이 아니다. 죽고자 하는 시체를 안식에서 꺼내온 악마다.)
(나야말로 불경한 비겁자고, 살인의 시발점이다.)
(더럽혀진 손을 무엇으로 씻을 수 있을까?)
(선뜻 튀어나오는 대답이 없었다. 그렇다거나, 아니라거나 하는 간단한 추임새도 흘러나오지 않았다.)
...... (웃었다. 어색하게)
로저.
 
루카스 C. 펠럼:네가 아니면, ... 이제 누가 나를 알아줄까...... (조소는 이질적인 환희로 전이되어, 자신은 한 박자 늦게 제대로 웃었다.)
 
로저:...글쎄... ...언젠가는, 생기겠지.
케이티 린튼도, 나도 아닌... 누군가가.
그러니까, 나는... 내가 벌였던 일들은 잊어버려.
이제는... 내가 너한테 바라는 건 오직 그것뿐이야.
너는 이미, 내가 가장... 바라던 것을 들어주었으니까.
 
달빛 아래 선 로저의 형상은 갈수록 희미해집니다.
 
작은 목소리가 귓가를 스칩니다.
 
그러게, 결혼 같은 거 하지 말랄 때 말 좀 듣지 그랬냐는 가벼운 원망의 말.
 
힘들었다고, 아팠다고.
 
무던한 문장들이 스쳐 나가고 나면 마침내,
 
이별의 때가 도래합니다.
 
그의 몸이 힘없이 무너져 절벽 아래로 향합니다.
 
마지막까지 당신을 바라보던 눈빛은 간절했던가요, 애절했던가요.
 
끝내 뱉지 않았던, 정말로 하고 싶었던 말은 끝내 닿지 않습니다.
 
쓰러진 몸이 수면을 내리치는 소리는 들려오지 않습니다.
 
다만, 히스 꽃잎들과 함께 하늘로 솟구친 작은 빛무리만이
 
그가 완전히 떠났음을 보여줄 뿐입니다.
 
다시 한 번, 바람이 불었던가요.
 
풍경을 메우는 꽃잎이 그저 아름답습니다.
 
이제는 발 들일 일 없어질 추억의 장소.
 
그곳은 그의 무덤이 되고...
 
당신에게는, 어쩌면.
 
새로운 출발의 시작이 될 지도 모른다고.
 
적어도, 떠난 이는 그것을 간절히 바랬을 거라고.
 
그런 생각이 듭니다.
 
END 2. Heathclif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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